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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2025 Vol. 25AI 기반 설계와 나노 규모 3D 프린팅이 만나, 비눗방울 위에 올려둘 만큼 가볍지만 자기 무게의 수백만 배를 견디는 탄소 ‘나노격자’가 탄생했다.

머리카락보다 가느면서도 강철처럼 단단한 새 재료가 탄생했다. KAIST 유승화 교수 연구팀과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토빈 필레터 교수 연구팀이 힘을 모아, 초경량 탄소 나노 격자를 구현한 것이다. 자동차·항공·모빌리티 산업은 연료를 아끼고 주행·비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가볍고 튼튼한’ 소재를 갈구해 왔는데, 이번 결과가 그 갈증을 해소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먼저, 격자를 이루는 작은 막대(보) 모양을 어떻게 바꿔야 가장 가벼우면서도 잘 버티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이를 위해 ‘다목적 베이지안 최적화’라는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했다. 이 알고리즘은 강성·강도를 높이면서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똑똑하게 탐색한다. 덕분에 불과 400여 개의 설계 시도만으로도 최적 해답을 찾아냈다. 전통적인 방법이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설계가 끝나면 제작 단계로 넘어간다. 나노 격자를 찍어내는 핵심 기술은 ‘이광자 중합’ 3차원 프린팅이다. 레이저 빔 두 줄기를 동일 지점에 동시에 맞춰야만 고분자 재료가 굳는 원리를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1/100 수준까지 정밀하게 구조를 쌓아 올린다. 이렇게 만든 틀을 고온 가마에서 태우면 플라스틱이 사라지고, 유리처럼 단단한 열분해 탄소 껍질만 남는다. 연구팀은 초점을 여러 곳에 동시에 찍는 ‘멀티포커스’ 방식을 적용해, 나노급 정밀도를 유지한 채 밀리미터 크기까지 키운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험 결과, 새 격자는 같은 무게의 기존 소재보다 훨씬 높은 강성과 강도를 기록했다. 가벼운 데다 잘 견디니, 전기차 배터리를 유지하면서 주행 거리를 늘리거나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는 데 바로 쓸 수 있을 전망이다.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처럼 얇고 가벼우면서도 충격에 강해야 하는 제품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피터 설레스 박사와 여진욱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2025년 3월 호에 “Ultrahigh Specific Strength by Bayesian Optimization of Lightweight Carbon Nanolattices”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상소재 혁신생산공정 연구센터 사업과 식품의약품안전처 M3DT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AI와 초미세 3D 프린팅의 시너지가 미래 경량 구조물 설계의 새로운 표준을 열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