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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2026 Vol. 27세상의 개념 조합은 사실상 무한하다. AI는 그 일부만 배운다. 그런데도 처음 보는 조합을 알아본다. 연구진은 그 비결이 모델 내부 표현의 기하학에 있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AI가 내부 공간에 개념을 정리하는 방식. (a, b) 색, 모양, 크기, 위치는 저마다 자기 방향으로 이미지를 옮기고, 그 방향들은 서로 직각을 이룬다. (c) 이미지 하나는 개념마다 하나씩 있는 조각들의 합이다. (d) 조각들은 격자를 이룬다. 그래서 처음 보는 조합도 제자리에 놓인다.
소파에 누운 사람 위에 고양이가 앉은 사진은 인터넷에 흔하다(위 그림 왼쪽). 반대로 거대한 고양이 위에 사람이 올라탄 장면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오른쪽). 인공지능이 학습 중에 이런 뒤집힌 장면을 마주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최신 인공지능은 이 낯선 사진에서도 사람과 고양이를 정확히 인식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을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세상은 사물과 색과 모양과 위치가 끝없이 뒤섞이며 만들어진다. 그 조합의 수는 천문학적이어서,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로 훈련해도 인공지능이 보는 것은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낯선 장면을 알아보는 능력은 외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마리는 인공지능의 머릿속에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지를 받으면 수백 개의 숫자로 바꾸고, 이 숫자 묶음은 거대한 표현 공간 속 한 점이 된다. 비슷한 장면은 가까운 점에, 동떨어진 장면은 먼 점에 놓인다. 무언가를 알아본다는 것은 결국 이 공간의 어디에 점이 찍히느냐의 문제가 된다.
연구진은 이 공간이 어떤 모습이어야 낯선 조합까지 알아볼 수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색과 모양과 위치는 저마다 공간 속 독립된 방향 하나를 차지하고, 그 방향들이 서로 직각을 이뤄야만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렇게 따로 떨어져 있어야 조각들을 자유롭게 섞을 수 있다. 어떤 색이든 어떤 모양, 어떤 위치와도 짝지을 수 있고, 학습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짝까지 이 공간에서 조합이 가능해진다. 다만, 다룰 개념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방향도 늘어, 공간은 그만큼 더 넓어져야 한다.
위에서 이론적으로 밝힌 구조가 최신 인공지능 시스템에서도 실제로 관측됐다. 누가 설계해 넣은 것이 아니라, 모델이 데이터를 학습하며 스스로 갖춘 것이다. 그리고 개념을 더 또렷이 직각으로 나눠서 정리하는 모델일수록 처음 보는 조합을 더 잘 인식했다.
여기서 차세대 인공지능을 만드는 길이 열린다. 내부 표현이 개념을 서로 직각으로 나눠 담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학습에서 마주치지 못한 조합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연구는 튀빙겐대학교 튀빙겐 AI 센터의 아르나스 우셀리스(Arnas Uselis) 박사과정생이 주도하고, 안드레아 디타디(Andrea Dittadi, 헬름홀츠 뮌헨·뮌헨공대)와 KAIST 김재철AI대학원 오성준 교수가 함께 수행했다. 2026년 7월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에서 구두 발표로 소개됐다. 논문과 코드, 실험 결과는 arXiv(https://arxiv.org/abs/2602.24264)와 프로젝트 페이지(https://github.com/oshapio/necessary-compositionality)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