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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2026 Vol. 27
Engineering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전환하는 구리의 독특한 능력

August 21, 2026   hit 459

이산화탄소를 연료와 플라스틱 원료로 바꾸는 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금속은 구리다. KAIST 연구진은 구리의 특별함이 단순한 전자 성질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촉매 표면의 원자 배열이 핵심 조건임을 밝혔다.

 

전자구조에 따른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 특성 컨셉 이미지.

구리의 독특한 이산화탄소 환원 특성을 금속의 전자적 성질에 비추어 표현한 컨셉 이미지.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잘 알려졌지만, 동시에 탄소를 품고 있는 유용한 자원이기도 하다. 만약 이산화탄소를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연료나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 수 있다면, 배출가스를 미래 산업의 재료로 다시 쓰는 길이 열린다. 이처럼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바꾸는 기술은 탄소중립 시대의 중요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이산화탄소는 매우 안정한 분자라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원하는 물질로 바꾸려면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전환에서도 어떤 촉매를 쓰느냐에 따라 일산화탄소, 포름산, 에틸렌, 에탄올 등 서로 다른 물질이 만들어진다. 특히 에틸렌과 에탄올은 플라스틱, 연료, 화학제품에 널리 쓰이는 값진 물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로부터 이런 복잡한 탄소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금속은 사실상 구리뿐이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오지훈 교수 연구팀은 고려대학교 스테판 링에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금, 은, 팔라듐을 섞은 다양한 합금 촉매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16종 이상의 합금 촉매를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하며, 촉매 표면의 전자 성질과 실제 이산화탄소 전환 성능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구리와 매우 비슷한 전자 성질을 갖도록 설계한 합금 촉매도 제작했다.

 

그림 1. a) 코스퍼터링(co-sputtering)을 활용한 합금 촉매 제작 이미지. b-c) 구리와 금∙은∙팔라듐 합금 촉매의 d-band 중심과 일함수. d)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환원 성능 테스트 결과. (Ref. Nature Catalysis volume 9, pages 471-481 (2026), doi.org/10.1038/s41929-026-01526-7)

 

기존 이론에 따르면 구리와 비슷한 전자 성질을 가진 촉매는 구리처럼 에틸렌이나 에탄올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 구리와 비슷하게 설계된 합금 촉매는 일산화탄소와 포름산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은 만들었지만, 에틸렌이나 에탄올 같은 다탄소 화합물은 만들지 못했다. 이는 촉매의 성능이 단순히 전자적 성질을 대표하는 지표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해 촉매 표면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가 복잡한 탄소 전환 반응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쉽게 말해, 촉매 설계는 단순히 “좋은 재료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원자들이 놓인 자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정밀한 설계 작업인 셈이다. 구리와 비슷한 전자 성질을 가진 촉매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구리 표면이 제공하는 특별한 원자 배열 환경까지 함께 이해해야 한다.

 

오지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촉매 이론만으로는 복잡한 탄소 전환 반응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전자의 특성과 촉매 표면의 원자 배열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촉매 설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범일 박사와 왕순언 박사과정생, 고려대학교 한승창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KAIST 오지훈 교수와 고려대학교 스테판 링에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Nature Catalysis에 2026년 4월 13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 개인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계산 자원 지원도 함께 활용됐다.